2010/08/31 22:00

#1. 김지운 감독의 ‘악마를 보았다’를 왕십리 CGV에서 심야로 감상했습니다. 꽤나 기대하고 있었던 영화였지만 의외로 평이 좋지 않아서 조금은 망설이다 보게 되었습니다.두 시간 내내 큰 소리로 장면 장면에 대한 감상을 주고 받으시던 옆 자리 40대 부부님이라던가(아니, 아주머니. 어떻게 되긴 어떻게 된거긴요. 아저씨가 감독님도 아니고 아직 나오지도 않은 장면들을 어떻게 안답니까?!), 사방에서 울려 대는 벨소리 덕에 관람 조건은 손가락에 들 정도로 최악이었습니다만.. 영화 자체로만 보자면 그런 주변 환경들은 아무래도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봤던 영화 중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액션신의 퀄리티가 높고, 원빈이 말도 안되게 빛을 발하는 바람에 다른 모든 영화적인 단점들을 묻어버렸던 ‘아저씨’라던가, 치열한-개인적으로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습니다.- 상상력의 효과를 여실히 발휘된 영화였던 ‘인셉션’도 좋은 영화였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악마를 보았다’를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고 싶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 이 평범한 편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는지라 주변에 추천하기에는 조금 고민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_-; 
 사실 지금껏 봤던. -비록 몇 편 안되지만- 영화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국영화를 몇 편 꼽자면 그 안에 꼭 들어가는 것이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인데요. 역시 복수극 영화라서인지, 사실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장점들은 ’달콤한 인생’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김지운 감독의 전작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는 약간 실망을 한 터이지만.. 이번 영화로 충분히 만회한 느낌입니다, 아무튼간 이 영화는 적어도 한동안은 제 최고의 영화 중 한자리를 차지할 것이 분명합니다.
 
#2. 영화의 잔인성에 대해서 말들이 많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의 잔인성-심지어 잘 장식되어 있는-이 그렇게 문제가 될 정도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데요. 선혈이 낭자하는 장면들이 많긴 하지만 B급 고어영화적인, 다시 말하자면 잔인함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를 위한 장면들보다는, 연쇄살인마에 대한 복수극이라는 주제 자체의 특성 상 ‘장경철’의 싸이코패스적 성격이라던가 ‘김수현’의 복수심리, 그의 선택이 불러온 참혹한 결과 등을 묘사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장면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래요, 높은 분들 말마따나 ‘인간의 존엄을 해하는’ 장면들을 죄다 덜어냈더라면 영화적 완성도에서는 분명 마이너스가 되었을 겁니다. 영화의 주제는 분명 ‘인간의 존엄성을 해하는’ 자들에 대한, 사실은 그에 반한다고 할 수 있을만한 이야기인데, 그것의 표현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그렇게나 힘든 일일까요?
 사실 익숙한 일상들만을, 아무도 상처받지 않거나 사소한 일들만을 보고 듣는 것은 참 쉽습니다. 분명 연쇄살인범이라는 주제는 받아들이기 편안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어떤 이에게는 불편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런 자극적이고 비현실 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주제가 사실은 지존파나 유영철, 강호순 사건과 같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사건과 대상에 관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비록 뻔뻔한 정치인들이나 새로운 기록을 세운 스포츠 스타들과 함께 뉴스의 한 대목 정도로 추락하여 TV 너머의 일-일종의 가상현실-로 전락해 버릴지라도, 이러한 일들은 우리네 현실과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현실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더라도 개인은 결국 사회적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듯, 영화를 일종의 현실투영적 매개체로 본다면 감독에 의해 선택된 영화의 주제 역시 대중에게 인정받고 받아들여 질만한 당위성을 지니고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 주제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3. 서양식 이성주의의 근간을 마련한 데카르트와 그것을 계속 발전시켜온 사람들 덕분에, 오늘날 현대 사회는 인간의 이성 그 자체로 이루어졌으며 오히려 사회 구성원들은 그것에 의해 지배받는 것 처럼 보입니다. 더 이상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들 -타인에 대한 공격성, 성욕, 식욕, 배설욕 등-을 드러내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사실, 오늘날 우리의 시각에 있어서는 폭력을 매개체로 한 개인의 복수라는 것은 고전문학에나 나올 법 한 이야기라던가, 인권탄압이 자행되는 몇 몇 중동 국가들의 일, 다시 말하자면 불합리한 일로 느껴지기 쉽습니다. 그것은 그러한 행위가 지나치게 ‘본능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며, 이것은 이성이라는 절대군주가 법과 제도라는 가신을 둔 이 세계에서는 반역행위나 마찬가지인 일이니까요.
 따라서 이 영화는 무엇보다도 본능과 ‘불합리함’ 관한 영화입니다. 김지운 감독은 인간의 동물적 본능에 집요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요. 개인적으로 ‘달콤한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점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말끔한 포장의 틈바구니에서 금방이라도 넘칠듯이 번뜩거리는 동물적 마초성이 주는 긴장감이었습니다. ‘악마를 보았다’의 경우는 ‘달콤한 인생’의 포장을 뜯어내 그 안의 비린내 나는 날 것들을 끄집어내어 놓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그다지 ‘과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비결은 김지운 감독의 표현력에 있다고 봅니다. ‘장화, 홍련’에서 빛을 발했던 미장센의 연출이라던가, 중간중간 끼어있는 은근한 유머코드 (대부분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비롯되는 것들입니다만, 예를 들자면 장경철이 택시를 탔는데 알고보니 택시강도단이었다던가, 그 강도단에게 뺏어입은 십자가가 뒷면에 그려진 축구팀 유니폼이라던가, 마지막 장면의 ‘야이 XX 할망구야!’ 하는 욕지거리라던가- 에서 극장 군데군데 웃음이 터진 건 저만 그렇게 느낀 건 아니었다는 얘기겠죠.)를 통해 끔찍한 상황들을 영화를 스타일리쉬하게 포장하는데 성공했습니다. 

#4. 아마도 속은 모르지만, 김지운 감독이 ‘장경철’이라는 캐릭터를 창조할 때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대상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안톤 쉬거’가 아닐까 합니다. 영화의 ‘질감’ 자체가 훨씬 거칠다 보니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싸이코패스 살인마라는 동질감 때문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은근슬쩍 하비에르 바르뎀의(공기 펌프를 들고있는!-_-;)이 오버랩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종일관 무표정하게,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 처럼 보이는 안톤 쉬거와 달리, 어찌 보면 영화 내내 걸쭉한 욕을 질근질근 뱉어내는, 자아-에고-보다는 공격적이고 원초적 본능-이드-에 지독하게 충실한  장경철이라는 캐릭터는 오히려 인간적이라는 느낌이 들며, 안톤 쉬거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로 다가옵니다. 
 한편,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 이어 김지운 감독의 영화에 세 번 연속으로 출연한 이병헌은 김지운 감독의 페르소나가 되어가는 듯 합니다. (덕분에, 이병헌에게서 예전의 청춘스타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된 것 같습니다.) ‘김수현’이라는 캐릭터의 모든 점은 처음부터 이병헌을 염두에 두고 창조된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달콤한 인생’의 그림자를 떠올리는 게 아닐까요?) 수현이 울음과 웃음을 동시에 터뜨리며 길을 걸어가는 마지막 시퀀스를 생각한다면, 다른 어떤 배우를 떠올릴 수 있겠습니까?

#5. 옆자리의 아저씨 (네. 그 담소를 나누시던)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오자 이렇게 한마디를 던지시더군요. “허, 참. 그래서 악마는 누구냐?” 제목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았는데, 최고라고는 못해도 꽤나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물적 본능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장경철’에 맞서 악마가 되어가는 ‘김수현’의 모습이랄까요. 어쩌면 복수가, 주인공들의 동물성의 발휘가 가져온 서로의 파멸이라는 끔찍한 결과는 -달콤한 인생과 마찬가지로- 관객의 이성을 의식한 최후의 보루처럼 보여지기도 합니다. 

P.S. 비루한 글이네요. 공대생 아니랄까봐.. 짧게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엄청 길어졌습니다. 사실 뒤로 갈수록 문단이 짧아지는 것은 귀찮기 때문입니다.. -_-; 남들은 사진도 넣으면서 이쁘게 쓰던데!  그런 거 잘 못해요! 왜냐하면 귀찮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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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악마를 보았다>  (0) 2010/08/31
Posted by ludvik
2010/08/18 01:55
미리 써놓았던 일기가 날아가는 바람에!
사진을 보고 생각나는대로 씁니다.


 파리 시내관광에 나선 날- 처음 찾은 곳은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 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여러가지 문화예술 시설들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 우리가 찾은 곳은 이곳에 위치한 현대미술관이다.


로비의 모습. 위 사진에 보이는 건물 외벽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현대미술관으로 올라가게된다. 파리 시내가 보인다.


올라가면서 보이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광장.


미술관 입구.


미술관에는 사진에서 보이듯이, 설치미술, 조각, 회화, 미디어아트- 등 많은 장르의 작품들이 있었다. 피카소의 그림이라던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의 전설적인 작품, '샘' 도 볼 수 있었고..


이것은 부부젤라가 아니다 -_-;


나와서, 근처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메인 메뉴를 시키면 샐러드바가 무료였던걸로 기억한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광장 (Place Igor Stravinsky). 러시아의 작곡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광장으로, 가운데에는 분수가 위치하고 있고,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아저씨도 있다. 겨울이라 분수가 좀 을씨년스럽달까.


포름데알 (Forum Des Halles). 코엑스몰마냥 지하에 조성된 상권인데, 일요일이라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았다. 


센 강을 건너 Cite섬으로 향한다. 이곳에 노틀담 성당 (Cathedrale Notre-Dame)이 있다.


결혼식 하는 커플.


노틀담 성당 내부. 운 좋게도. 저녁 무렵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기에. 밖에서 사진도 찍고 하며 기다려서 연주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꾸벅꾸벅..-_-;



근처의 시청 (Hotel De Ville). 시청 앞 작은 광장에 작은 (정말 작은!) 스케이트장이 있는데, 애나 어른이나 그 미어터진데서 스케이트 탄다고 난리법석들이다. 샹송이 울려퍼지고. 꽤나 낭만적인 분위기다.


다음으로 찾은 몽마르뜨(Montmartre) 언덕. 더 이상 예술가들의 거리는 아니다.


몽마르뜨 꼭대기에 위치한 사크레쾨르 성당(Basilique de Sacre-Coeur). 케이블카 비슷한 걸 타고 올라갔다.


날씨가 좋으면 파리 시내가 한눈에 보인다고 하지만. 그리 날씨가 좋은편이 아니라 시야는 그다지 넓지 못했지만 한장.


몽마르뜨에서 내려오는길.  상점들이 많다.


 몽마르뜨에서 블랑쉐(Blanche) 로 이어지는 거리에는 섹스샵을 비롯한 성인용품점이 널려있다. 그 한가운데에 위치한 물랑루즈.

오늘은 끝!

Posted by ludvik
2010/08/07 02:18
 이한빈은 어제도 새벽 네시 넘어서까지 달렸다.  아침에 일어나 밖에 나가보니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_-; 이런 .. 
일정을 수정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날씨를 보니 내일도 비가 온다는 것 같고, 그다지 많이 내리는 것 같지도 않아서 그냥 베르사유행을 강행하기로 했다.

 어디서 줏어들은 26세 이하용 주말 일일권인 Ticket Jeune를 1-5존 용으로 끊었다. RER을 처음으로 탔는데 기차가 이층이다. 런던은 버스가 이층이고 여긴 전철이 이층이라니 -_-.. 
 

  RER-C노선의 종점인 베르사유역에서 내린다. 이한빈이 가지고 있던 가이드북에는 베르사유에 레스토랑 하나랑 맥도날드 하나밖에 없다고 나와서 덩그라니 성만 있는 것을 상상했는데 가 보니 그냥 사람사는 작은 동네였다.





 거리를 돌아 나가니 멀리서 루이14세의 동상과 함께 베르사유가 보인다. 일부 외벽이 공사중인 아쉬움
가이드북에선 €8인가 €9였던가를 입장료로 봤던 것 같은데 입장료가 무려 €15였다. 오디오가이드 끼워준다고 하지만.. 거 뭐 그런거 없어도 되긴 한데 사실..;; 비수기에다 비도 슬슬 오는데도 사람들이 꽤 줄을 서 있다. 여름에 오면 엄청나겠네.

 프랑스 사람들은 영어 잘 못한다고 들었는데, 상점이나 그런 곳은 거의 다 영어로 어느정도 소통이 된다..‘잉글리쉬?’ 하고 말걸었다가 그쪽에서 ‘리..리틀’이라고 해놓고는 너무 유창하게 대답해서 오히려 못알아들어서 벙때린 적도 있었다. -_-;;

제일 처음. 예배당


 베르사유 궁전은 정말 엄청나게 화려한 면모를 자랑했다. 방방마다 번쩍거리지 않는 방이 없을 정도로- 하지만 규모 면에서 뭐랄까. 솔직히 약간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 그 유명하다는 거울의 방도 그냥 뭐 그렇게까지 번쩍거린다는 느낌은 아니었고 왕좌가 있는 방도 좀 풍경이 좋다 뿐이지; 규모면에서 경복궁보다도 못한 느낌이었다. 루브르를 봐서 그런가.. 날씨가 안좋아서 제대로 나온 사진도 별로 없다.




 시간이 대충 한두시가 넘어가고, 우리는 배도 고파지고 갑자기 엄청나게 피곤해 지기 시작했다.-_-; 누적되어 왔던 피로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느낌이랄까.. 전시물을 봐도 피곤해서인지 감흥도 없고, 오디오 가이드의 목소리는 이상하게 졸릴 뿐이고 -_-;

 결국 밖으로 나가서 정원을 대충 구경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비가 와서 멀리 나가기도 좀 그렇고. 엄청나게 큰 정원을 둘러 보지도 않고 대충 사진만 찍다가 파리로 돌아왔다. 일찍 쉬어야지..

정원의 전경들. 끝이 안보인다. 날씨가 좋으면 좀 둘러봤을테지만.

썬킹-_-;

 시간은 네시가 다 되어갔고 배가 엄청나게 고팠던 우리는 노틀담에서 내려서 St. Germain(생제르망)쪽의 먹자골목으로 들어섰다. 그리스식 샌드위치를 파는 식당의 엄청난 크기의 샌드위치와 수북히 쌓인 감자튀김의 가격이 €4.5! 우ㅋ왕ㅋ 콜라가 €2 나 하긴 했지만 그래도 배가 터질때까지 잘 먹었다. 밥을 먹고나니 힘이 나서 주변에 서점도 둘러보고..

늦은점심. 엄청난 양

생제르망 주변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을 찾아 갔는데 역이 폐쇄된 상황. 다시 다음 역을 향해 엄청 헤메고 있다보니 갑자기 옆에 소르본 대학이 나왔다. 이한빈의 더듬이가 이럴 때 쓸모가 있다니 -_-.. 소르본 근처를 대충 둘러보고 카메라 배터리 파는 곳 있나 찾아 헤메다 구하기 힘들다는 말을 듣고 돌아왔다. (이 동네는 이런건 좀 확실히 후진 것 같다.)

 집에서 여행 데이터 정리를 하고 있는데........ 헉! 갑자기 런던에서 봤던 터키쉬가 민박에 들어온다. 세상에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늦은 포스팅이네요. 열심히 올릴게요 ㅠ
Posted by ludvik